의원 질의 듣는 정동영 통일부 장관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14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서 열린 통일부에 대한 2025년 국정감사에 출석해 의원 질의를 듣고 있다.사진=연합뉴스

현재 한반도는 북한의 고도화된 핵·미사일 위협과 이를 묵인·조장하는 듯한 주변 세력들의 발호로 엄중한 안보 위기에 직면해 있다. 이러한 시점에서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이달 말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북미정상회담이 열릴 가능성을 언급한 것은 지극히 위험하고 무책임한 발언이다. 지난 14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정 장관은 "북미 양측 정상은 준비가 돼 있는 상태"라며 섣부른 낙관론을 펼쳤으나, 이는 현 안보 상황을 오판하는 동시에 국민들의 안보 불안감을 가중시키는 행태가 아닐 수 없다.

정 장관은 북한 김정은의 지난 9월 최고인민회의 연설 내용을 인용하며 "트럼프 대통령과 좋은 추억을 갖고 있다. 그리고 평화공존을 주제로 얘기한다면 만날 생각이 있다는 것이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더불어 그는 "지금 열쇠는 트럼프 대통령의 결심에 달려있다"고 주장하며 북미정상회담 개최에 강한 기대를 드러냈다. 나아가 북한이 10월 10일 노동당 창건 80주년 열병식에서 "중국과 러시아라는 든든한 배경하에서 핵 무력을 과시했다"는 점을 들어, 2017년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5형 시험발사 후 대화에 나섰던 전례처럼 핵무력 과시 후 대화에 나설 수 있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는 북한의 핵무력 고도화가 오히려 대화의 동기가 될 수 있다는 식의 위험천만한 인식으로, 비핵화를 추구하는 국제사회의 노력과 상충되는 주장이다.

더욱 우려스러운 점은 정 장관이 한미연합훈련 조정을 북미정상회담을 위한 매개로 활용할 수 있다는 주장을 폈다는 사실이다. 그는 김정은이 과거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낸 친서에서 '한국과의 전쟁 연습이 끝났을 때 다시 연락을 달라'고 했다는 점을 거론하며, "이 조건은 지금도 그 연장에 있다"고 강조했다. 이는 북한의 일방적인 요구를 수용하여 한미동맹의 핵심인 연합방위태세를 약화시킬 수 있는 위험한 발상이다. 또한 9·19 군사합의 복원 필요성을 역설하며, 윤석열 전 대통령 정부 당시 이뤄진 "질과 양에 있어서 대폭적인 군사훈련의 증가와 9·19 군사합의 파기는 극복해야 할 대상"이라고 비판했다. 북한의 거듭된 도발과 핵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자위적 조치와 국방력 강화를 폄하하는 이러한 인식은 우리 안보의 근간을 흔들 수 있다.

정 장관은 북한이 최근 '핵정책이 바뀌자면 조선반도의 정치군사적 환경이 변해야 한다'고 메시지를 보낸 것을 두고 "북미 적대관계가 해소되고 정치 군사 환경이 일변한다면 목표로서의 비핵화에 다가설 수 있다"고 해석했다. 또한 대북 제재 무용론을 제기하며 "제재 그리고 대북 강압 정책 속에서 핵 능력은 고도화되고 키워졌다"고 말해, 비핵화보다 대화 분위기 조성에만 몰두하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심지어 '사실상 핵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이 정부의 공식 입장인가'라는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의 질문에 "사실상 지금 보유하고 있는 것"이라며 이를 '세계적 상식'이라고 언급하기까지 했다. 국제사회는 북한을 합법적 핵보유국으로 인정하지 않으며, 이러한 발언은 국제적 비핵화 원칙과 우리 정부의 공식 입장에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

이처럼 한반도 안보의 엄중한 현실을 외면하고 북한의 일방적인 주장에 동조하는 듯한 통일부 장관의 발언은, 한반도 비핵화라는 목표를 희석시키고 국론을 분열시킬 수 있다. 우리는 북한의 위협이 여전히 현재진행형임을 명확히 인지하고, 한미동맹을 기반으로 한 굳건한 안보 태세를 더욱 공고히 해야 한다. 비현실적인 낙관론에서 벗어나 실질적인 비핵화 방안을 모색하고, 북한의 태도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 일관된 대북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 '더프리덤타임즈'는 정부가 안보의 덧없는 환상에 갇히지 않고, 오직 대한민국의 국익과 국민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냉철한 대북 정책을 추진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