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웨이둥.사진=바이두/연합뉴스

중국 국방부가 17일(현지시간) 군 서열 3위였던 허웨이둥 중앙군사위원회 부주석을 포함해 고위직 9명을 부패 혐의 등으로 기율·법률을 심각히 위반했다며 중국공산당(중공)과 군에서 제명했다고 밝혔다.

이례적인 이번 고위급 숙청은 오는 20일부터 23일까지 열리는 제20기 중앙위원회 제4차 전체회의(4중전회)를 앞두고 공개되어 중국 내부의 긴장감을 높이고 있다.

중국중앙텔레비전(CCTV, China Central Television)에 따르면 장샤오강 중국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허웨이둥 부주석을 비롯해 군 서열 5위였던 먀오화 전 중앙군사위 정치공작부 주임 등에게도 같은 결정이 내려졌다고 공개했다.

이들 2명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측근으로 평가되어온 인물로, 한때 일각에서는 이들의 낙마를 근거로 중국 최고권력부 내 지각 변동 가능성을 거론하기도 했다.

이번 처분 대상에는 허훙쥔 전 중앙군사위 정치공작부 상무부주임, 왕슈빈 전 중앙군사위 연합작전지휘센터 상무부주임, 린샹양 전 동부전구 사령관, 친수퉁 전 육군 정치위원, 위안화즈 전 해군 정치위원, 왕허우빈 전 로켓군 사령관, 왕춘닝 전 무장경찰부대 사령관 등도 포함됐다.

장 대변인은 이번 제명 사유에 대해 "조사 결과 이들 9명은 당 기율을 심각히 위반했고 심각한 직무 범죄를 저지른 혐의를 받고 있다"며 "(관련) 액수가 특히 크고 (사안의) 성격이 매우 엄중하며 영향이 지극히 악질적"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당 중앙이 9명에 대한 당적을 박탈하는 처분을 하기로 결정했다"며, 이들 중 당 중앙위원 8명의 당적 박탈은 4중전회에서 추인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9명에 대한 중앙군사위 군적 박탈은 이미 결정됐으며, 범죄 혐의에 대해서는 군검찰에서 조사 및 기소할 예정이다.

장 대변인은 "허웨이둥·먀오화 등에 대한 엄정한 조사·처분은 반부패 투쟁을 끝까지 밀고 가겠다는 당 중앙과 중앙군사위의 확고한 결심을 다시 보여준다"고 강조하며 "이는 당과 군이 반부패 투쟁에서 거둔 중대한 성과로, 인민군대가 더욱 강력한 응집력과 전투력을 갖추게 됐다"고 평가했다.

허웨이둥 부주석은 2022년 10월 당 중앙군사위 부주석으로 임명되었으며, 이듬해 3월에는 장유샤와 함께 중앙군사위 부주석이 됐다.

그의 낙마설은 지난 3월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폐막식 이후 공식 석상에서 모습을 드러내지 않으면서 불거졌으며, 이후 부패 혐의로 낙마해 구금 상태로 조사받고 있다는 외신 보도가 나온 바 있다.

중앙군사위 부주석은 시 주석을 보좌하며 200만 명에 달하는 인민해방군을 관리하는 최고위직이다.

중국에서 중앙군사위 부주석 정도의 고위급이 숙청된 사례는 드물며, 이러한 내용을 자발적으로 공개하는 것 역시 매우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블룸버그 통신은 허 부주석이 지난 2017년 쑨정차이 전 충칭시 당서기 이후 처음으로 제명되는 중앙정치국 위원이며, 문화대혁명 당시인 1967년 허룽 이후 처음으로 제명되는 중앙군사위 부주석이라고 보도했다.

이번 대대적인 군 고위직 숙청은 최근 중국군 내부에 불거진 로켓군 뇌물 사건과 관련이 있을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마오쩌둥 전 주석 시기 이후 최대 규모로 평가되는 중국군 내 일련의 숙청 작업은 중국 미사일 전력을 약화시켰다고 평가되는 부패 사건 이후 시 주석이 주도하는 대대적인 군 개편 작업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지난 2022년 중공 제20차 전국대표대회(20차 당대회)로 구성된 중앙군사위 구성원 7명 중 지난해 부패 문제로 실각한 리상푸 전 국방부장에 이어 허웨이둥과 먀오화의 낙마가 공식화하면서, 시 주석을 포함한 4명만이 남게 되었다.

이에 따라 다가오는 4중전회 기간 이들을 대체할 인사가 발표될 것으로 관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