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이대영 새길병원장, 배국희 전 미주 광복회 회장, 이윤옥 인천대 박사.사진=새길병원/연합뉴스

막대한 수술비로 어려움에 처했던 독립유공자의 딸이 구한말 의병장의 후손인 병원장의 도움으로 의료비 전액을 면제받은 사실이 알려져 감동을 전하고 있다.

국립 인천대학교 독립운동사연구소는 21일 배국희(82) 전 미주 광복회 회장이 지난 12일 서울 새길병원에서 척추 수술을 받고 회복 중이라고 밝혔다.

이번 사례는 일생을 독립운동에 헌신한 독립유공자와 그 후손에 대한 사회적 예우와 감사함을 다시금 되새기게 한다.

배국희 전 회장은 독립유공자 배경진 지사의 딸이다.

그의 부친 배경진 지사는 신의주 위화청년단을 결성하여 독립군을 지원하고, 광복군에 입대하여 국내 파견 공작대원으로 활약했던 인물이다.

배 전 회장 역시 미주 광복회와 대한인국민회 등에서 활발히 활동하며 독립유공자 선양 활동과 함께 생존 독립운동가와 그 후손을 돌보는 일에 전념해 왔다.

특히 그는 2019년 케이비에스(KBS)가 주관하는 '대한민국 100년상'을 수상했으며, 이때 받은 부상 3천만원 전액을 장학금으로 기부하며 나눔의 정신을 실천하기도 했다.

배 전 회장은 지난해부터 척추협착증으로 통증이 악화됐으나, 미국 현지에서는 수술받을 수 있는 곳을 찾지 못해 국내 병원을 수소문해야 했다.

그러나 문제는 건강보험 혜택을 받지 못하는 배 전 회장이 부담해야 할 치료비 2천만원에 달했다.

이에 이윤옥 인천대학교 독립운동사연구소 박사는 국내 연고가 없는 배 전 회장을 돕기 위해 임시 보호자를 자처하고 모금 활동을 벌였으나, 쉽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 박사는 마지막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배 전 회장의 사연을 담은 편지를 병원 측에 전달했고, 마침내 희망적인 소식을 접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이대영 새길병원장은 독립유공자의 직계 후손인 배 전 회장의 어려운 처지를 이해하고 의료비 전액을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병원 측은 "이대영 원장은 구한말 의병장으로 활약한 이만도 선생의 후손"이라며 "도의적인 차원에서 의료비를 지원하기로 했다"라고 설명했다.

이만도 선생은 과거시험 장원급제 출신이자 의병장으로, 1910년 국권 피탈 이후 같은 해 9월 17일 단식을 시작하여 24일째인 10월 10일 순국한 숭고한 독립운동가이다.

이윤옥 박사는 "조금이나마 도움을 청하기 위해 편지를 쓴 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져 감사하다"라고 밝혔다.

배 전 회장은 수술 후 회복을 거쳐 22일 미국으로 돌아갈 예정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