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재판에 증인 출석한 여인형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이 지난 10월24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 사건 속행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발언하고 있다.사진=서울중앙지법/연합뉴스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은 24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지귀연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및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 사건 속행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이 자리에서 여 전 사령관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 작년 5월에서 6월 사이 삼청동 안가에서 비상대권과 계엄을 언급했으며, 이에 자신은 군의 실태상 계엄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윤 전 대통령에게 보고했다고 증언했다.
여인형 전 사령관은 작년 5월에서 6월경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과의 안가 저녁 자리에서 대공 수사나 간첩 수사 관련 대화가 오갔으며, 이 과정에서 윤 전 대통령이 감정이 격해진 상태로 헌법이 보장한 '대권 조치'를 거론하면서 계엄을 언급했다고 진술했다.
그는 당시 '통수권자이신데 계엄 상황과 훈련 준비 여부를 모르신다'는 생각이 들었고, '일개 사령관이지만 군의 정확한 상태를 말씀드려야 한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여 전 사령관은 윤 전 대통령에게 "사회가 혼란하면 군이 동원될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천만의 말씀이다.
계엄은 개전 초기에 발령되는데 육군 30만 명 중 계엄에 동원될 사람은 없다"며 "전시에도 그럴진대 평시에 무슨 계엄을 하겠느냐. 훈련해본 적도 없고 한 번도 준비한 적이 없다. 헌법이 보장한 계엄이라고 해도 군은 불가능하다는 실태를 말씀드린 것"이라고 직접 보고했다고 증언했다.
그는 당시 자리에서 윤 전 대통령에게 무릎을 꿇은 일에 대해서는 "'일개 사령관이 무례한 발언을 했구나' 하는 생각에 무릎을 꿇은 것"이며 "술도 한두 잔 들어가서 말한 것"이라며 자신에게도 충격적인 경험이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여 전 사령관은 "대통령이 계엄을 한다, 안 한다 구체적으로 말한 것은 아니다"라며 "본인이 '이런 것도 있다'고 하길래 군의 상태를 말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법원 출석하는 윤석열 전 대통령.사진=연합뉴스
여인형 전 사령관은 체포조 운영을 비롯한 상당수의 질문에 대해서는 자신의 형사재판과 관련될 수 있다며 진술을 거부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과 방첩사 부하들이 비상계엄에 적극 동조하지 않았다는 취지로 해명하며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그는 계엄 당시 김용현 전 장관으로부터 이재명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등 주요 인사 10여 명에 대한 체포·구금 지시를 받고 체포조를 편성·운영한 혐의로 현재 군사법원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여 전 사령관은 "저도 군사법원 재판하면서 알았는데 12월 4일 오후까지도 우리 방첩사 요원들은 명단의 '김어준'을 '김호중'으로 알고 있었다. 수사단장이 정치에 관심이 없어서 우원식 국회의장인지도 몰랐다"며 "명단이 허술했다"고 말했다.
또한 "방첩사에는 반국가세력 수사본부가 있었던 적이 없다"며 다른 군인들이 군사재판에서 '합동체포조를 운용했다'고 증언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고 항변했다.
여 전 사령관은 계엄 선포 이후 2시간이 지난 새벽 1시 넘어서 방첩사 요원들이 나간 점을 언급하며 "군인들은 허술하게 일하지 않는다. 명령 내린 분도 의심스럽고 군인 중에 그게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고 비판했다.
방첩사 부하들이 계엄 당일 음주 회식을 했다고 언급하며 "계엄을 준비했다면 그런 일들이 발생할 수 있겠느냐"며 "제가 비록 큰 잘못을 하고 잘못 판단했지만 사랑하는 방첩사 부하들은 억울한 사람이 많다"고 눈물을 흘렸다.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에 대해서는 "어쩌다 이런 일에 연루돼서 그 사람도 저도 고초를 받고 있다. 같은 피해자들끼리 물고 뜯고 하고 싶지 않다"며 말을 아꼈다.
조지호 경찰청장에 대해서도 "그분과 기억이 서로 다르고 워낙 복잡한 상황"이라며 투병 중인 분을 상대로 다투고 싶지 않다고 관련 증언을 거부했다.
윤 전 대통령은 여 전 사령관에게 "명단이 있었다는데 체포든 수사든 하려면 기본적으로 직업과 인적사항, 주소 등을 확인해놔야 하는데 전혀 아니었다고 하지 않았느냐"고 말하며 체포조 운영 혐의를 부인하는 취지로 언급했다.
여 전 사령관은 자신이 혼자 끄적인 메모를 특별검사팀이 '조각조각' 선택해 이야기를 만들어냈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특검이 '중견간부 이상이 자발적으로 동조할 수 있도록 하는 조치'라고 기재한 메모를 제시하자, 그는 "중견간부 이상이 계엄에 동의하는 사람이 있겠느냐. 저 메모 하나 보고 동의하게 했다는 '견강부회(牽強附會, 편집자 해석: 이치에 맞지 않는 말을 억지로 끌어다 붙여 자기 주장에 맞도록 꾸며내는 것, ‘억지로 꿰맞추기’)' 같은 말에 억장이 무너진다"고 비판했다.
재판부는 오는 27일 여 전 사령관을 재차 불러 증인신문을 이어 나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