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터 바버라에 있는 인텔 본사.사진=Bloomberg 캡처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25일 국가 안보에 중요한 전략 산업 공급망을 강화하기 위해 민간 기업에 대한 지분 투자를 대폭 확대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 집계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는 현재까지 철강, 광물, 원자력 에너지, 반도체 등 핵심 산업의 최소 9개 기업에 100억 달러(약 14조6천억 원) 이상을 투자하여 지분을 확보하거나 향후 지분을 매입할 수 있는 옵션을 획득했다.
이는 국가 안보와 직결된 전략 산업 공급망을 중국 등 특정 국가에 의존하지 않고 자체적으로 구축하려는 행정부의 강력한 의지를 반영한 조치로 풀이된다.
트럼프 행정부의 첫 주요 투자는 지난 6월에 진행되었다.
일본제철의 미국 철강 기업 유에스스틸(US Steel) 인수를 허용하는 조건으로 유에스스틸(US Steel)의 '황금주'를 확보하며 기업의 주요 결정에 대한 거부권을 획득했다.
이어서 7월에는 미국 국방부가 희토류 기업 엠피머티리얼스(MP Materials)에 4억 달러(약 5천200억 원)를 투자해 지분 7.5퍼센트(%)를 확보하고, 추가 7.5퍼센트(%) 지분 확보 옵션을 부여받았다.
8월에는 미국 상무부가 89억 달러(약 11조 5천700억 원)를 투자하여 반도체 기업 인텔의 지분 9.9퍼센트(%)를 인수하며 최대 주주로 올라섰으며, 트럼프 대통령 역시 인텔 회사채 100만 달러(약 13억 원)~500만 달러(약 65억 원)어치를 직접 구매하기도 했다.
중국이 희토류 수출 통제를 강화하자 트럼프 행정부는 10월부터 11월에 걸쳐 불칸 엘리먼츠에 6억7천만 달러(약 8천710억 원), 리엘리먼트 테크놀로지에 8천만 달러(약 1천40억 원), 트릴로지메탈스에 3천560만 달러(약 4백62억8천만 원), 리튬 아메리카스에 1억8천200만 달러(약 2천366억 원) 등 광물 기업에 대한 추가 투자를 연이어 발표했다.
이와 더불어, 10월에는 미국 상무부가 원자력(원전) 기업 웨스팅하우스의 지분 8퍼센트(%)를 구매할 수 있는 옵션을 확보하고, 웨스팅하우스의 미국 내 원전 건설을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상무부는 웨스팅하우스의 자산가치가 300억 달러(약 39조 원)를 초과할 경우 미국 정부는 웨스팅하우스에 증시 상장을 요구하고 상장된 기업의 지분 20퍼센트(%)를 확보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희토류 기업 MP머티리얼스의 광산.사진=연합뉴스
미국 정부가 이처럼 민간 시장에 직접적으로 개입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현상이다.
이전 행정부들은 보조금, 융자, 관세 등 간접적인 정책 수단을 통해 전략 산업을 육성하는 데 주력했으나, 직접 지분을 인수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었다.
게다가 트럼프 행정부 당국자들은 미국 핵심광물 기업들이 저렴한 중국산 제품에 맞서 경쟁력을 유지하도록 광물 가격 하한선을 설정하는 등 더욱 적극적인 시장 개입 방안까지 논의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행정부의 이러한 정책이 이전 행정부들과 다른 데다 트럼프 대통령 특유의 빠른 속도로 추진되면서, 절차의 투명성 부족, 특정 기업에 대한 편애, 부패, 시장 왜곡, 그리고 투자 실패에 따른 납세자 손실 가능성 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고 전했다.
전임 바이든 행정부 백악관 과학기술정책실(OSTP)에서 근무했던 에런 바트닉 컬럼비아대 연구원은 정부의 이러한 개입이 국가 안보 취약성 해결과 수익 창출에 대해 매우 회의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바트닉 연구원은 뉴욕타임스(NYT)를 통해 "명료한 전략이 부재한 상황에서, 이는 단순히 친구를 챙기고 적을 불리하게 만드는 자의적인 거래로 전락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반면, 쿠시 디사이 백악관 대변인은 "기존 정책이 효과적이었다면 미국은 현재처럼 핵심광물, 반도체 및 기타 제품을 외국에 의존하지 않을 것"이라며 행정부의 정책을 옹호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이 같은 정책은 정부가 아닌 자유 경쟁 시장이 승자와 패자를 결정해야 한다는 전통적인 공화당의 기조와도 차이를 보인다.
그러나 중국이 전략 산업 지배력을 공고히 하고 미국과의 무역 갈등에서 희토류를 무기화하는 상황에 직면하면서, 공화당과 더불어민주당 양당 모두 최근 몇 년간 산업 정책과 정부 개입을 더욱 지지하는 방향으로 선회했다고 뉴욕타임스(NYT)는 설명했다.
보수 성향 싱크탱크 아메리칸 컴퍼스의 대니얼 키시 정책고문은 중국 정부의 보조금 정책과 세계 산업을 독점하려는 시도 때문에 시장이 이미 매우 왜곡되었기에 미국 정부의 개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