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 (PG).사진=연합뉴스

일본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의 '유사시 대만 개입' 발언으로 촉발된 중일 갈등이 일본 고위 간부의 '핵 보유론' 언급으로 더욱 격화하고 있다.

이에 대해 중국 외교부는 19일 일본의 위험한 음모라고 강력히 비판하며 국제사회의 경계를 촉구했다.

궈자쿤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일본 총리실 간부가 사견임을 전제로 "일본은 핵무기를 보유해야 한다"고 언급한 데 대해 "보도가 사실이라면 사태는 상당히 심각하다"고 말했다.

궈 대변인은 이어 "이는 일본 측 일부 인사가 국제법을 어기고 핵무기를 보유하려는 위험한 음모를 드러낸 것"이라고 강력히 비판하며, 중국과 국제사회는 고도로 경계하고 심각한 우려를 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도통신과 아사히신문 등에 따르면 일본 다카이치 정부에서 안보 정책을 담당하는 총리실 간부는 지난 18일 취재진에게 사견임을 전제로 일본의 핵무기 필요성을 역설했다.

이 간부는 중국, 러시아, 북한의 핵무기 증강·개발 등으로 일본을 둘러싼 안보 환경이 점차 엄중해지고 있으며, 미국이 제공하는 핵우산의 신뢰성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하며 일본의 핵무기 보유를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궈 대변인은 이에 대해 "최근 일본은 군사·안보 문제에서 잘못된 언행을 거듭하며 안보 정책을 대폭 조정하고, 집단적 자위권을 스스로 풀어주며, 확장 억제 협력 강화, 핵 공유 모색, 비핵 3원칙 수정 등 다양한 수단으로 동맹국의 핵무기를 일본에 다시 들여오려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일본의 비핵 3원칙은 1967년 사토 에이사쿠 당시 총리가 표명한 '핵무기를 보유하지도, 제조하지도, 반입하지도 않는다'는 원칙이다.

궈 대변인은 이번 핵무기 보유 움직임이 "일본 우익 보수 세력이 군국주의를 되살리고, 국제 질서의 구속에서 벗어나 군사화 야심을 가속화하고 있음을 반영한다"고 맹비난했다.

그는 국제사회에 일본의 핵 비확산 및 핵 군축 문제에서의 위선적인 입장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중국 외교부의 이 같은 강경한 반응은 지난 11월 7일 다카이치 일본 총리의 '대만 유사시 개입' 발언 이후 악화하고 있는 중일 관계 속에서 나온 것이어서 더욱 주목받고 있다.

다카이치 총리가 지난 17일 기자회견을 통해 해당 발언이 "일본 정부의 종래 입장을 바꾸는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음에도, 중국은 여전히 일본을 향해 발언 철회와 '대외 침략' 역사 반성을 촉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중국은 '핵무장론' 발언을 문제 삼아 일본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며, 국제 사회에 일본을 '국제 규범'을 위협하는 존재로 부각하려는 의도를 드러내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일본 내에서도 '핵무장론' 발언은 큰 파문을 일으켰다.

입헌민주당, 공명당, 공산당 등 야권은 일제히 해당 발언자의 경질을 요구하며 전면 공세에 나섰다.

노다 요시히코 입헌민주당 대표는 기자들에게 "갑작스러운 발언에 믿기 어렵고 매우 놀랍다. 조기에 사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촉구했다.

같은 당 사이토 요시타카 참의원 국회대책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이소자키 요시히코 집권 자민당 국회대책위원장과 만나 즉각적인 경질을 주장했다.

지난 1999년 연립여당인 자유당 소속 니시무라 신고 당시 방위청 차관이 주간지 인터뷰에서 사견임을 전제로 "일본도 핵무장을 하는 것이 좋은지 어떤지 국회에서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가 비판 여론이 고조되며 경질된 선례가 있다.

기하라 미노루 관방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일본 정부는 정책상 비핵 3원칙을 견지하고 있다"며 조기 진화에 나섰다.

다만 해당 발언자의 경질 여부에 대한 질문에는 "개별 보도에 대해 일일이 논평하지 않겠다"고 언급을 회피했다.

그러면서 "일본은 유일한 피폭국으로서 핵무기 없는 세계의 실현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전후 우리나라는 일관되게 국제사회의 평화와 번영에 공헌해 왔다. 이런 입장에 변화는 없다"고 재차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