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의 스톤월 인. 오른쪽의 건물이 1969년 폐쇄된 옛 스톤월 인.
스톤월 인(영어: Stonewall Inn) 또는 스톤월(영어: Stonewall)은 뉴욕의 동성애자 타번이자 레저 바이면서 1969년 미국에서 동성애자 해방 운동이 시작되고 미국에서 현대적인 동성애자 운동이 시작된 것으로 평가되는 스톤월 항쟁이 처음 시작한 장소이다. (글. 사진= 위키백과)


3) 정치적 문제

1969년 6월 28일 뉴욕의 스톤월 인에서 경찰의 급습에 게이들이 맞서 싸운 이후 그것을 기념하기 위해 다음 해인 70년 6월 28일 스톤월 인이 위치한 크리스토퍼 거리에서 최초의 성소수자 퍼레이드가 열렸다. 그들이 조직화, 세력화되면서 성소수자들의 인권과 평등을 지향하는 순수성은 사라졌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2016년 6월 24일 스톤월 인과 인근의 크리스토퍼 공원을 국가 기념물(national monument)로 지정했고 백악관 성명을 통해 "'스톤월 인' 사태는 미국 전역의 성소수자가 지역 사회와 함께 모여 평등과 존중을 요구할 수 있다는 힘을 보여주게 된 분수령이 됐다"고 평가함으로써 성소수자가 지역사회와 동급인 정치대상이 되었다.

사진=정의당 성소수자위원회 트윗

한국의 퀴어 축제와 퍼레이드는 미국을 본떠 매년 6월 말에 열리고 있다. 여느 축제와 다르게 전국 주요 도시의 광장과 거리에서 개최되고, 좌파 정치인 및 운동권 인사가 참석하며 몇몇 국가의 대사들이 축전을 보내는 것을 보면 정치와 이념이 물들어있음을 쉽게 알 수 있다. 미국의 동성애 문화는 매춘, 인신매매, 마약 및 알코올 중독, 살인, 강간, 소아성애 등 잔인하고 추잡한 범죄와 얽혀있는 저급한 문화인데 그것이 무슨 고급문화라도 되는 것처럼 서울 한복판인 시청 앞 광장에서 벌어지는 것은 참으로 애석한 일이다. 그리고 순수한 마음으로 퀴어 축제에 참여하는 성소수자들이 자신도 모르게 정치적으로 이용당하고 있음은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퀴어 축제와 퍼레이드 같은 대규모 행사를 할 조직력, 기획력 그리고 자금동원력이 성소수자에게 있을 거로 생각하기 어렵다. 무릇 멍석만 깔아주면 의심 없이 올라서 춤을 추며 노는 사람이 있기 마련이며 그들 대부분은 누가 멍석을 깔아줬는지는 개의치 않는다. 따라서 그들의 일탈, 웃음, 외침, 놀이, 각종 부스와 소품, 주요 출연진들은 잘 훈련된 선전 전문가들이 깔아놓은 멍석의 결과라고 봐도 무리가 아닐 것이다.

성소수자들의 다양하고 지극히 개인적인 성적 취향이 정치적으로 변질하는 이유는 이렇다. 성소수자를 피지배자, 약자, 억압받는 자로 이성애자를 지배자, 강자, 억압자로 의식화하기 때문이다. 이런 집단 의식화는 성소수자의 불안과 죄의식은 약화하는 반면 성적 취향은 더욱 고착시킨다. 퀴어 축제와 퍼레이드는 의식화 장소며 해방구다. 그곳에서 그들은 소속감, 동질감 그리고 결속이 주는 쾌감을 느끼며 미래에 대한 불안과 정체성의 혼란을 잊는다. 호기심에 성소수자의 늪에 발만 담근 청소년 게이들은 그곳에서 더욱 깊게 빠져서, 빠져나올 기회를 더욱 잃게 되는 것이다. 의식화가 반복될수록 그중에 몇 명은 모든 억압에서 해방되는 유토피아를 건설하는 혁명가로서 자신도 모르는 사이 성장하게 될 수도 있다.

독일 태생의 미국철학자 헤르베르트 마르쿠제 (사진=인터넷 캡처)


69년의 스톤월 인의 게이 항쟁은 60년대 기승을 부렸던 급진적인 학생운동의 연장선에 있다. 헤르베르트 마르쿠제는 학생운동의 정신적 지도자며, 신좌파의 아버지라 불린다. 그의 저서 『에로스와 문명』과 『일차원적 인간』은 학생운동의 사상적 배경이고 행동의 교리라고 할 수 있다.

사진=알라딘 온라인 서점 캡처

『에로스와 문명』에서 그는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을 수용하고 재해석하였다. 문명의 발달 과정에서 인류 존속을 위해 본능을 억압하는 것을 ‘기본억압’, 여기에 통용되는 원칙을‘현실원칙’이라 했으며, 특정한 시대에서 지배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기본억압’ 위에 추가로 부가되는 억압을 ‘과잉억압’이라 했고 이에 통용되는 원칙을 ‘수행원칙’이라 하였다. 수행원칙은 기본적인 생명 유지와 관계없이 쾌락의 향유를 억압하여 생산력 향상에 리비도(Libido, 성충동) 에너지를 동원하도록 개인의 정신활동에 관여하는 것이다. 가부장적 가족제도의 영구화, 노동의 위계적 구분, 개인에 대한 공적 통제 등이 ‘수행원칙’이며 이것을 폐기할 수 있는 것은 문명의 본능적 원천인 에로스적 충동이라고 하였다.

성소수자의 성적 충동을 억압하는 것은 자본주의 지배체제를 공고히 하는 것이다. 따라서 가부장적 가족제도를 허물고 성적 해방을 이루는 것은 ‘억압 없는 문명’인 유토피아를 현실화 할 수 있는 매우 중요한 일이 되며, 성소수자는 그것을 이루는 핵심 인물로 긍지와 사명감을 갖게 되는 것이다.

사진=알라딘 온라인 서점 캡처


『일차원적 인간』에서 그는 현대 사회를 생산성과 효율성의 논리가 지배하면서 비판적 의식이 사라지고 체제 순응적 태도가 확산된 사회라 진단하고, 이런 사회에서 사는 사람을 일차원적 인간이라고 했다. 일차원적 인간으로 바뀐 노동자 계급은 더 이상 프롤레타리아 혁명을 이끌 주체가 될 수 없다고 하였다. 그래서 그는 다른 계층에서 혁명의 힘을 찾으려고 했다. 그 계층이 인종차별에 의해 억압을 받는 사람, 불법 이민자, 실업자, 성소수자 등이다. 이들의 생활은 견딜 수 없이 열악하므로 기존 체제를 종식하려는 강한 욕구를 갖고 있으며 이들의 저항과 투쟁은 게임의 규칙을 어기는 기초적 힘이며, 그렇게 함으로써 그 게임이 부당한 게임이라는 것을 폭로한다. 이들은 게임 속에서가 아니라 게임 밖에서, 즉 체제 안에서가 아니라 체제 밖에서 그 게임의 규칙 자체를 부정하는 혁명성을 지니고 있다.

사진=우남위키 캡처


『에로스와 문명』과『일차원적 인간』에서 성소수자는 마르크스가 초기 저작에서 추구했던 공산주의 사회의 진정한 모습이 나타난 억압 없는 문명 즉 ‘유토피아’를 만들어내는 중요한 계층 중 하나다. 그들이 신좌파, 네오막시즘(네오마르크시즘)의 영향을 받았다면, 어두운 방에서 항문성교를 하고 퍼레이드에서는 여자의 옷을 입고 진한 화장을 하고 행진하는 일개 성소수자가 아니라, 자본주의를 해체하고 유토피아를 건설하는 매우 중요한 임무를 부여받은 혁명가로 자신을 착각할지도 모를 일이다.

(4편은 7월31일)

오순영 칼럼리스트 / 가정의학과 전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