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이선주(한글이름 슬비) 학생의 생전 모습.
故 이선주(한글이름 슬비) 학생과 아버지인 본지 이상훈 기자(왼쪽)는 부녀지간이 아닌 친구 같은 사이였다. (사진=더프리덤타임즈)

22/07/16

나는 개인적으로 슬비가 백신 부작용으로 세상을 떠났다고 생각한다. 감기도 잘 안 걸리고, 병원이라곤 거의 가본 적이 없었다. 친구들도 슬비가 아프다는 것을 본 적이 없었기에 놀랐다고 한다. 지금에 와서 백신 인과성을 밝힐 수는 없다. 병원에서도 백신 접종 여부와 날짜만 물어볼 뿐, 인과성을 물어도 가타부타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백신을 2차까지 접종한 슬비는 확진이 되어 재택격리 됐었고 함께 생활하며 매일 안고 뽀뽀한 우리는 감염되지 않았다. 심지어 집사람은 미접종자다.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께 권하기 위해 슬비 병원기록을 남긴다. 앞서 올린 글들과 겹치지만, 서울로 옮길 경우를 대비해 병원기록만 따로 적은 것이다.

백신을 한 번이라도 접종하신 분들은 접종 시기와 관련 없이 평소와 다른 사소한 증상이라도 상급종합병원으로 가시길 권한다. 특히 두통, 발열, 구토, 어지럼증, 심통 등 뇌, 심장과 조금이라도 관련된 증상이 나타나면 일단 의심하고 상급종합병원으로 가시길 권한다.

뇌, 심장 관련 증상으로 응급실로 가셨으면 즉시 상급종합병원으로 이송을 요청하시고 아는 인맥을 총동원해 병원을 수배하셔야 한다. 나는 서울로 안 간 것이 아니라 못 간 것이다. 슬비의 상태로는 이송이 어려웠다. 또한 서울대병원에서도 응급이고 내과적 치료이므로 치료 방법이 같기에 오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나는 슬비가 백신을 맞지 않기를 권했었다. 그래서 집사람도 미접종이고 나도 맞지 않다가 업무 때문에 강제 될 수밖에 없었다. 슬비는 아직 어렸기에 백신 접종 필요성이 현저히 낮다는 전문가 의견에 동의했기에 맞지 않기를 바랐지만, 슬비는 단체생활을 이유로 2차까지 접종을 했다.

백신을 맞은 후 7개월이 지났기에 인과성이 떨어진다고 하는데 백신은 아직 몸속에 남아있다. 그리고 지금도 수만 명 이상의 사람들이 갑작스러운 이상 증상으로 고통받고 있다. 그러나 의료진들은 하나같이 인과성에 대해선 일언반구 함구한다.

서울의 대학병원 의사도 백신 접종일과 종류를 먼저 물었고 대답은 없었다. 대구도 마찬가지고 포항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수많은 사람이 원인을 알 수 없는 이상증상으로 고통을 받고 있고 슬비 또한 원인을 알 수 없었다.

백신 인과성에 심낭염, 심근염 두 개만 인정됐다. 슬비도 심장 수치가 높았다. 나는 보험회사를 다녔기에 심근에서 괴사가 발생하면 나오는 CK-MB 수치를 알고 있다. 슬비는 대구에서 하루에 한두 번 피검사를 했고 앱에서 결과를 확인할 수 있다. 항상 CK-MB 수치가 높았다. 주치의가 특별한 언급이 없었지만, 항상 심근경색의 위험이 있었음을 알고 있었다.

무언가 몸에 이상증상이 있으면 무조건 상급종합병원으로 가시길 권한다.

22/07/21

4차를 고민하시는 분들께서는 종류와 관계없이 부작용에 대해 최소한의 검색이라도 해보시고 결정하시길 바랍니다. 면역체계가 붕괴되는 자가면역 질환 사례가 많습니다. 저희 슬비 또한 자가면역 뇌염으로 저희 곁을 떠났습니다.

자가면역 질환으로 고통받으시는 분들, 전신마비, 호흡곤란, 근육통, 관절통, 흉통, 공황, 다발성경화증, 비문증, 두통, 신경통, 후각상실, 체력저하, 심혈관질환, 뇌 질환 등 매우 다양한 부작용들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면 거의 대부분의 증상이 '원인을 알 수 없다.' 는 것입니다. 각종 검사를 해도 음성, 정상, 특이사항 없으므로 나온다는 것입니다. 아무리 아파도 원인이 없으니 입원도 안 시켜주는 경우도 많이 있습니다.

저희 슬비도 급격히 나빠지기 전 검사 대부분에서 음성이었고 CT, MRI도 정상이었습니다. 심지어 인공호흡기에 혼수상태임에도 음성이었으며 결국 정확한 원인을 알 수 없었습니다.

42일 이내에 발생해야 위로금을 지급한다고 합니다. 제조사에서는 백신을 맞고 1개월이면 체내에서 분해가 된다고 하는데 임상적으로 밝혀진 바 없다고 합니다. 많은 분이 3~4개월 후 또는 1년이 지난 시점에서 이상반응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mRNA 백신을 연구한 지는 20여 년 되었다고 하지만 코로나 백신은 인류 최초로 접종을 했기에 정확한 것은 아직 아무것도 없습니다.

수년 내로는 인과성을 절대로 인정하지 않겠지만, 십수 년이 지나면 인과성이 밝혀지리라 생각합니다. 밝혀진들 밝혀지지 않은들 저에게는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저는 백신으로 인해 인생의 모든 의지가 사라졌고 인생의 희로애락이 사라졌습니다. 안전성이 밝혀지기 전까지는 신중하시길 바라는 마음에서 이 글을 씁니다.

22/07/23

나의 꿈과 나의 목표가 사라졌다.

삶의 의지가 완전히 사라졌다.

뭘 해야 할까?

22/07/24

많은 분들께서 걱정해주시고 위로를 건네주셔서 감사합니다. 집에만 있으니 슬비 생각이 더 많이 나는 것 같아 멀리 강원도로 바람 쐬고 왔습니다.

당분간 주말에는 슬비와의 추억이 담겨있는 곳을 찾아다니기로 했습니다. 가장 먼 곳인 주문진과 소금강에 다녀왔습니다. 주문진에서 3년간 슬비와 떨어져 지냈던 시간이 제 인생에서 가장 힘든 시기였습니다. 편도 300km가 넘는 거리를 거의 매주 달려와 준 집사람에게 가장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주말에 올라온 집사람에게 가게를 맡겨두고 슬비와 둘이서 소금강 계곡에 발 담그러 갔었는데 그때의 기억을 되살리고 아쉬움을 달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주문진에서 3년간 혼자 생활할 때 큰 힘이 되어주었던 '행복한 밥집' 내외분들...슬비의 소식을 듣고 가게 닫고 그 먼 거리를 가장 먼저 찾아와 주셨기에 인사도 드릴 겸 술도 마시고 슬비와의 추억도 공유하려고 다녀왔습니다.

슬비에겐 미안하지만 지난 추억을 곱씹으며 새벽까지 웃고 떠들며 술잔을 기울였습니다. 서로 힘든 시기를 함께 버텨냈고, 우리 슬비를 서로 잘 알기에 가능했던 것 같습니다.

슬비를 단 한 순간도 잊지 않기 위해 슬비의 흔적을 따라 여행을 다니며 그간 넣어두었던 카메라를 꺼내야겠습니다. 뷰파인더 속 피사체는 사라졌지만, 슬비와의 추억이 깃든 사물들로 파인더를 가득 채워야겠습니다.

관심 가져주시고 돌봐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본지 이상훈 기자는 무남독녀였던 故 이선주(한글이름 슬비) 학생을 한시라도 곁에 두고 싶어 포토북을 만들었다. (사진=더프리덤타임즈)


22/07/27

상실감이 너무도 크다. 가슴이 텅 비어버려 그 무엇으로도 채울 수가 없을 것 같다.

집사람이 슬퍼할까 봐 슬비 방에서 혼자 소리 없이 울었다. 눈물이 마르지 않는다.

해일처럼 갑자기 다가왔던 슬픔과 아픔은 시간이 흐를수록 파도처럼 끊임없이 다가온다. 시간이 흐를수록 슬비의 빈자리와 슬픔은 커져간다.

아무렇지 않은 듯 일상생활을 하지만 집으로 돌아오면 또 한없는 슬픔에 잠긴다. 새벽이 되면 그 슬픔은 배가된다.

잠을 잘 수가 없다. 오늘도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다. 잠시 후면 또 일상으로 돌아가 아무렇지 않은 듯 사람들과 부대껴야 한다.

출근길, 퇴근길에도 눈물을 흘린다. 어제는 출근길 차 안에서 한참을 울었다. 지금도 울고 있다.

슬비를 기억하려 글을 쓰고 싶지만, 도저히 시작할 자신이 없다. 우리 슬비가 하늘에서 편안히 행복하길 바라며 울어주는 것밖에는 지금 할 수 있는 게 없다.

나의 하늘은 무너지고 없지만, 슬비는 하늘의 별이 되었다. 오늘도 나의 자랑이자 모든 것인 내 딸의 명복을 빌고 있다.

왜 나에게 이런 일이 생겼을까를 생각하면 그저 모든 것이 원망스럽다. 이 세상 모든 것이 불합리하게 느껴진다.

이런 속마음을 숨기고 가식적인 웃음을 얼굴에 드리우고 사람들 앞으로 나선다. 어떤 의미도 어떤 보람도 없다.

나의 하늘은 이미 무너졌고 삶의 의지는 꺾였다. 내 인생의 시계는 멈췄고 지금의 삶은 의미 없는 시간의 나열일 뿐이다.

인생 참 덧없다.

22/07/29

슬비의 블로그에 투병수기를 사진들과 함께 올렸다. 슬비 친구들에게 보여주기 위함이다. 우리 가족은 비밀번호를 어느 정도 공유하기에 슬비의 핸드폰, 아이패드, 노트북을 모두 사용할 수 있다. 슬비가 남긴 흔적들을 어려움 없이 공유할 수 있어 참 다행이다. 요즘은 각종 사이트에 아이디와 비밀번호 자동 저장 기능이 있어 슬비의 블로그에 로그인 할 수 있었다.

슬비는 마지막 블로그를 포스팅하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났다. 슬비의 마지막 블로그는 내가 포스팅했다. 그 글들을 읽으면서 눈물을 얼마나 흘렸는지 모른다. 슬비 마지막 가는 길에 슬비가 겪었던 힘든 과정을 적은 수기지만 친구들에게 보여줘야겠다고 마음먹고 포스팅했다.

많은 친구들이 위로의 글을 써줬다. 슬비를 잘 알지 못하는 또래의 친구들도 위로의 글들을 써줬다. 그 댓글들 한마디 한마디가 가슴에 사무치게 슬비를 떠올리게 한다.

사람들은 시간이 흐르면 나아질 것이라 말한다. 하지만 그리움은 시간이 지날수록 커진다. 슬비의 빈자리는 시간이 흐르면 줄어들지 모르겠다. 하지만 슬비를 향한 그리움은 1분 1초마다 조금씩 커져간다.

슬비를 영원히 볼 수 없고 슬비를 영원히 만질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을 때마다 가슴이 한없이 꺼지며 감당하지 못할 슬픔과 허전함이 몰려든다.

눈물이 마르는 것은 슬픔이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슬비에 대한 미련이 사라져 슬픔을 포기하기 때문인 것 같다. 우리는 아직 슬비에 대한 미련이 너무도 많이 남아있기에 한없이 슬퍼하고 눈물을 흘린다.

아빠에겐 세상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친구 같은 딸이었고, 그 어느 기둥보다 튼튼했던 버팀목이었다. 내가 존재하고 살아가는 이유였기에 더욱 큰 미련이 남는다.

슬비와 함께 할 일들이 너무나 많은데 함께 할 수 없고, 슬비에게 줄 것들이 너무나 많은데 줄 수가 없다. 가진 것이 부족해 조금 더 잘해주지 못했음이 너무도 아쉽다. 이제 와 후회한들 무슨 소용이 있으랴.

잘못을 바로잡을 기회를 영원히 갖을 수 없음을 아는 순간 남은 것은 과거에 대한 회한뿐이다. 우리는 이제 미래가 없어졌기에 과거에 얽매여 살아가야 한다. 내 머릿속의 기억을 통째로 도려내지 않는 한 나의 멈춰버린 기억 속의 단편들과 함께 살아가야 한다.

미래가 없는 삶에 의미가 있을까?

과거에 갇혀버린 삶에 의미가 있을까?

오늘도 의미 없는 시간들의 나열 속으로 들어갈 준비를 해야 한다.

나는 단지 슬비를 기억하고 그리워하기 위해 살아갈 뿐이다.

22/07/31

오늘도 슬비의 짐들을 정리한다. 슬비가 쓰다가 쓰레기통에 버린 휴지 조각하나 버리지 않았었다.

어제 슬비 책상을 정리하면서 슬비를 가슴에 품으려면 슬비의 삶 속으로 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내 방을 정리해 옷방으로 만들고 내 짐들을 정리해 슬비 방으로 옮기기 시작했다.

슬비의 물건을 정리하기보다는 내 물건들을 정리하고 슬비 방으로 들어가 슬비의 흔적들을 눈과 마음에 새기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다.

사람들은 슬비를 마음속에 묻고 살아가라고 하는데 그건 잘 모르거나 사람마다 다른 게 아닌가 싶다. 잊을 거면 기일은 왜 있고 기념일은 왜 만드나? 산 사람들만의 특권인가? 나는 슬비를 영원히 기억하고 영원히 보살펴야 한다.

슬비는 내 삶의 유일한 이유, 희망, 목표, 기둥이었다. 그 모든 것이 한순간 사라졌는데 잊으라는 것은 말이 되질 않는다.

슬비는 나의 눈으로 세상을 보게 되었으니 나는 슬비의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보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슬비가 우리 곁을 떠난 순간 우리의 시간은 멈춰버렸다. 우리에게 남은 것은 추억의 시간뿐이다. 우리에게 시간은 더 이상 아무런 의미가 없어졌다.

그렇기에 시간은 아무것도 해결해주지 않는다.

슬비와 함께 살아가면서 반성하고 뉘우치고 깨달아가는 과정이 남아 있는 걸까?

어찌 살아가야 할지 막막할 뿐이다.

(다음 편에 계속)